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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 종교단체가 놓고 간'무인 전도사'...시민들 불편 호소
서울역 버스정류장 인근'무인 확성기'등장

사람 없이도 하루 종일'전도 활동'

시민들 소음 불편 호소...조례안 제정 1년에도 개선된 점 無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는 마이크를 들고 전도 활동하는 종교인들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대신 광장에서는 세 개 종교 단체가 놓고 간 주인 모를 '휴대용 확성기'가 눈에 띄었다.

종교 단체는 유동 인구가 많은 버스 정류장 인근 철제 울타리나 흡연 부스에 전도 내용이 녹음된 휴대용 확설기를 걸어두고 있었다.

배터리가 남아 있는 한 온종일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종교적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서울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종교 단체들의 전도 활동으로 인한 소음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한 일본 관광객은"귀가 아프다"며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다"며 귀를 막고 있었다.

서울역 광장 바로 앞 버스정류장 인근 철제 울타리에는 전도 목소리가 재생되는 휴대용 확성기가 오전 11시부터 3시간이상 걸려 있었다.

전날 3일은 대체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유동인구가 많았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 시민은"종교 단체에서 지뢰처럼 곳곳에 확성기를 숨겨뒀다"며 "듣도 싶지 않은 사람들의 권리는 누가 보장해주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종교 단체의 전도 활동으로 인한 시민 불편의 호소가 꾸준히 이어진 만큼 지난해 3월에는'서울역 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 3조성을 위한 지원 조례안'이 제정되기도 했다.

조례안 제정으로 서울역 광장 환경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날 서울열 1번 출구 앞에서 근무하던 한 보안관은"보통 남대문 경찰서 직원이 와서 소음 데시벨을 측정하는데 관할 구역이 모호해서 그런지 제재를 잘 안 하시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옛 서울역 건물 앞 광장은 코레일 관할이고 역사 주 출입구 인근 광장은 구각철도공단 소유라 관리 주체가 분산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종교 단체 소음 관련한 민원은 조례안이 제정된 3월 이후에도 지속해서 들어오고 있다"며 "다만 우리나라는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만큼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더라도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서울역 광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 민원은 일차적으로 인근의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관할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역 인근 구조물에 휴대용 확성기를 걸어 전도 활동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관리 주체가 누구인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종합적으로 건토해봐야겠지만 허가되지 않은 시설물은 구청에서 철거하는 게 원칙"이라며 "서울역 앞 광장의 주소지인 중구청에 관리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구청은 종교 단체의 전도 활동으로 발생한 소음 단속은 구청 관할이 아니라고 전했다.

중구청 관계자는"구청은 영업장에서 크게 음악을 틀어 놓는 등 영업 소음에 대해 단속할 수 있다"며 "확성기에서 육성으로 발생하는 소음에 대한 단속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조진연 기자